식품을 장기간 보관하는 것과 더운 여름에 차가운 물이나 음식에 대한 수요는
인류가 정착생활을 시작한 이래 수천년이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이 두가지를 만족하기 위해 인류가 처음 시도한 것은 얼음이었습니다.
한겨울에 강이나 호수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된 얼음을 캐서 서늘한 땅속이나
동굴에 보관하여 여름에 음식을 저장하거나 얼음을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겨울에 얼음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는 왕이나 권력이 매우 센 일부 귀족가문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였습니다.
벌빙지가(伐氷之家)아른 사자성어가 있는데 이는 얼음을 캐다가 보관하는 가문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그만큼 그 집안의 권세가 대단하다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육류 섭취가 많은 유럽지역에서는 소금이나 후추, 육두구, 사프란 등 향신료
등을 이용하여 고기를 절임으로서 보관기간을 늘렸습니다.
하지만 향신료는 1그램이 금 1그램과 교환될 정도로 진귀한 상품이어서 이 또한
왕족과 일부 권세있는 가문만이 즐길 수 있는 사치품이었고,
지위가 낮은 귀족이나 일반 시민은 그날 잡은 고기는 대부분 3-5일 내에 다 소비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16세기 들어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16세기에 초석과 얼음을 섞어 빙점 이하까지 떨어트리는 장치가 만들어져 빙과류 제조에 사용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의 보냉가방처럼 특수 처리한 상자에 얼음을 넣어두고 냉장고처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기계식 냉장고의 탄생
1748년 영국 글래스고 대학의 윌리엄 컬런은 열의 이동에 대해 연구하다가
액체가 기체로 바뀔 때 주변의 열을 빼앗는 기화열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에틸에테르를 반 진공상태에서 기화시켜 물을 냉동시키는데 성공했지만,
기화된 에틸에테르를 다시 액체 상태로 만드는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약 90여년 후인 1834년, 한 영국의 발명가가 특허를 출원합니다.
그의 이름은 제이콥 퍼킨스로 에테르를 압축하면 주변의 열을 빼앗아 냉각효과를 내면서
증발했다가 압력을 가하면 다시 액체로 되돌아오는 원리를 발견하고 압축기를 만들었습니다.
이는 지금도 사용하는 냉장고의 기본원리이기도 합니다.
제이콥 퍼킨스가 자신의 발명을 상업화시키는데 어려움을 격는 사이에
스코틀랜드의 인쇄공 제임스 해리슨은 1862년 마침내 현대적인 공기압축기인 컴프레셔를 개발합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냉장고를 국제 박람회에 출품했고 곧바로 육류 가공업체와 맥주업체 등으로부터
주문이 쇄도하게 됩니다.
1871년 독일의 공학자 카를 폰 린데가 암모니아를 냉매로 사용한 냉장시스템을 발명했고
냉장고는 이제 산업 전반으로 활용되게 됩니다.
최초의 가정용 냉장고
냉장고를 가정으로 도입하려는 시도는 미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1918년 미국의 컬비네이터 사 는 최초의 가정용 냉장고를 개발하여 판매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높은 가격과 냉매가 계속해서 누출되는 문제로 인해 판매량은 좋지 못했습니다.
1925년 제너럴 일렉트릭사는 ‘모니터탑’이라는 가정용 냉장고를 출시합니다.
이 제품은 컬비네이터 사에서 출시한 냉장고에 비해 가격은 현저히 낮았으며, 냉매 유출의 우려 또한 없어
날개 돋친 듯 판매되기 시작했고 불과 6년만에 100만대 이상을 판매했습니다.
냉장고 발명의 의미
냉장고는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도 합니다.
냉장고가 발명되면서 인류는 지구 역사에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음식 보관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정은 물론 산업에서도 냉장트럭, 냉장 컨테이너 등 이 발명되었으며,
이는 인류의 식생활 자체를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19세기까지도 육류의 높은 운송비와 보관비,
짧은 유통기한으로 인해 유럽의 서민들에게 육류는 여전히 섭취하기 어려운 식품이었습니다.
냉장고의 발명 이후 아르헨티나의 대평원인 팜파스 지역에서 사육되고 가공된 소고기가
1개월이 넘는 항해를 견디고 유럽의 식탁에 오를 수 있게 되면서 우리가 아는 유럽의
식탁이 비로소 완성되었습니다.
토마토와 오렌지 등 남부 유럽에서만 맛볼 수 있던 과일들도 북부 유럽,
심지어 러시아 모스크바까지도 냉장운송하여 즐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더 나아가 냉장고는 세탁기와 함께 여성의 사회진출을 이끈 발명품이기도 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식사 준비와 세탁은 오래 전부터 여성의 고유영역이었습니다.
냉장고를 통해서 신선한 음식을 언제든지 식탁에 낼 수 있고 이미 조리된 음식도
약간의 데우는 과정만으로 식탁을 차릴 수 있게 되면서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이
현저히 줄게 되었고 이는 곧 여성의 사회 진출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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